[전문가칼럼]한태영 원전해체산업기술연구조합 부이사장
유럽프로젝트 수행 축적된 기술 활용…국내외 동반진출 모색

원전 해체는 전 세계적으로도 경험이 많지 않은 작업이다. 실제로 2014년 말 기준으로 전 세계에서 150기의 원자로를 영구 정지했지만 아직까지 해체가 완료된 원전은 19기에 지나지 않으며, 국가별로는 미국, 독일, 일본에 국한돼 있다.

현재까지 국내의 해체관련 산업인프라는 전무한 실정이다. 그 원인은 전체적으로 ‘원전 해체의 필요성이 없었기’ 때문에 공급이 없었던 것이다. 이에 정부는 2017년 6월 영구정지에 들어가는 고리원전 1호기는 운전정지 후 바로 해체를 시작하는 즉시해체(Immediate Dismantling, DECON) 방식을 채택하면서 오는 2032년까지 부지 환경복원을 통해 해체작업을 완료할 예정이다.

그러나 고리 1호기의 영구정지가 결정된 이상 해체 공급의 인프라 구축을 유도해야 한다는 숙제가 남아 있다. 또 ▲대형기기 제염 ▲원격 절단기술 ▲고준위폐기물 안정화 기술 ▲해체부지 복원기술 등 현재 미확보된 핵심기술 15개에 대한 기술개발도 차질 없이 뒤따라야 한다.

2014년 10월 국내 원전산업계 중견기업 13개사를 중심으로 산업적 R&D 수행, 핵심 기술 발굴 및 기술자립, 인력양성, 해외시장 개척 등을 위해 ‘원전해체산업기술연구조합’이 설립됐다.

설립 2년 만에 원전해체연구조합은 회원사가 30여개로 늘어났으며, 대부분 한수원 품질유자격 기업들로 가동원전 정비용역은 물론 ▲방사선관리 ▲방사선계측 ▲ECT비파괴검사 ▲해체절단기술 및 Plasma제염 ▲화재위험도 분석 ▲내화성능평가 ▲화재방호종합엔지니어링과 ▲Waste Management 분야의 업무를 수행하고 있다. 특히 원전해체연구조합은 고리 1호기 해체산업에 적극 참여하기 위해 원전 선진기업과 협업을 통한 국내 미확보기술에 대해 개발을 모색 중이다.

사실 원전 해체 경험이 없는 한국에서 고리 1호기의 해체는 원자력에 대한 수용성 확보를 위한 ‘역설적인 기회’가 될 수 있다. 해체에 대한 새로운 경험을 축적하고 이를 바탕으로 해외시장에 진출할 수 있는 새로운 먹거리가 될 수 있다.

이에 원전해체연구조합은 지난 6월 29일 서울시 소재 플라자호텔에서 독일 누켐(NUKEM)사와 ‘원전해체기술 연구개발 및 국내 원전해체 마케팅(Marketing) 공동추진’을 위한 협약(MOU)을 체결했다.

원전해체연구조합과 MOU를 체결한 누켐(NUKEM)사는 러시아 로스아톰 해외원전전문회사(Rosatom Overseas)의 독일법인으로 원전해체와 사용후핵연료 관리 등 유럽 원전시장에서 많은 프로젝트를 수행하고 있는 기업이다.

누켐사와 기술협력 약정을 통해 유럽에서 수행하며 축적된 누켐사의 기술을 활용 국내 미확보 원전해체기술 자립에 매진할 것으로 기대된다.

▲ NUKEM사 관계자와 원전 해체완료부지 터빈로타 앞에서
필자는 지난 9월 8일 원전해체연구조합 회원사인 웰크론그룹 이광규 독일지사장, 웰크론한텍 조상현 연구소장과 함께 독일 프랑크푸르트 인근 알체나우(Alzenau)의 누켐(NUKEM Technology) 본사를 방문했다.

이번 방문은 지난 6월 MOU 체결 이후 첫 만남으로 로스아톰 해외원전전문회사(Rosatom Overseas) JSC사의 부사장겸 대표이사 Ulf Kutscher과 NUKEM사 대표이사 Thomas Seipolt를 비롯한 관계자들이 참석했으며, NUKEM사가 보유하고 있는 원전해체산업 제염분야의 세부적인 기술협력 방안(Technologies for Radioactive Waste Management Tank Cleaning, Technologies for Radioactive Waste Management Biological Treatment&Pyrolysis for Bitumised Waste) 등을 논의했다.
▲ Nuclear Waste Management Concept I, II
특히 이번 회의에서는 새로운 기술을 중심으로 30여 가지의 제염기술과 화재위험도 분석, 확률론적인 안전정지 분석을 신규 개발한 Software인 I/CARE Programm을 한국의 가동원전 및 원전해체에 적용 할 수 있도록 공동으로 한국형으로 개발하고 누켐사의 협력회사로 등록해 향후 유럽의 해체시장에서도 공동으로 참여를 추진키로 했다.

또 누켐사가 보유하고 있는 각종 기술을 제공받아 한국의 가동원전과 원전해체시장 공략을 공동으로 추진키로 했으며, 향후 공동사업개발, 공동입찰참여, 프로젝트 Performance 등에 합의했다.
▲ 원자력발전소 해체 완료 후 Green Field 상태
회의 후 독일에서 최초로 건설된 원자력발전소를 NUKEM사가 직접 해체한 원전 해체현장을 방문해 Green Field 상태의 원상 복구된 해체 완료 후의 현장을 벤치마킹하기로 했다.

이번 회의에서 NUKEM사 웰크론(Welcron)그룹의 품질보증 체계를 비롯해 환경시스템에 대한 서류제출을 요구 받았고, 현재 웰크론은 요청 서류 작성해 제출할 예정이다.

한편 필자와 한국 일행은 독일 NUKEM사와의 회의 이후 영국 런던으로 이동해 9월 12일부터 14일까지 열린 ‘2016 세계원자력 해체 및 제염 Congress’와 14일부터 16일까지 열린 ‘WNA Symposium’에도 참석했으며, 각국의 원자력기관 및 기업 관계자들의 발표를 통해 현재 세계 각국의 원자력산업 현황과 더불어 해체상황 및 최신 기술동향을 파악할 수 있었다. 이는 원전해체연구조합과 국내 원자력산업계의 사업영역 확대에 기여 할 수 있는 기회가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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