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바야시 야스히코(小林 泰彦) 양자과학기술연구개발기구 다카사키양자응용연구소 방사선생물응용연구부

현대 사회에서는 의료 및 산업 등 다양한 분야에서 방사선이 활용되고 있다. 일반인들도 건강 검진 시 받게 되는 X선 검사 등 흔히 들어본 것들도 있지만, 대부분 농업, 공업 등 다양한 분야에서 방사선이 이용되고 있다는 사실은 잘 모르고 있다.

지금까지 학교에서는 방사선에 대해 배울 기회가 많지 않았다. 최근에 이르러 중학교 과학 수업에서 에너지에 대한 학습의 일환으로 방사선에 대한 접근이 이루어지고 있지만, 교사들이 방사선 관련 교육을 받지 않고 있기 때문에 학교에서는 방사선에 대한 불안과 당혹감이 퍼지고 있다고 한다.

수력 발전이나 화력 발전, 원자력 발전 등의 구조를 예로 각각의 에너지 상호 변환에 대해 배울 수 있으며,에너지 자원의 확보와 적합한 활용, 이산화탄소의 배출 저감과 환경 보호까지 사회적인 관점에서 생각하는 것은 에너지에 대한 지식을 체득하는 데 중요하다.

그런데 방사선에 대한 학습이 단순히 원자력 이용의부정적인 측면으로만 받아들여진다는 점은 매우 아쉽다. 자연계의 불가사의와 물리 현상의 즐거움을 배울 때에만 방사선을 알고 싶어 한다.

초등학교 저학년 또는 그 이전부터 주변의 생물과계절의 변화, 바람과 구름의 흐름, 천체의 이동 등 자연 현상과 빛과 소리의 성질, 자석이나 전기의 작용 등에 관심을 가지는 시기에 방사선에 대해서도 알게 된다면, 실험·관찰을 통하여 과학의 기초 개념을 배우기에 용이할 것이다. 그 이후에도 사회에서 방사선 이용과 방사선 방호를 함께 가르치는 것이 이상적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현실적으로는 많은 아이들이 과학 시간에 방사선을 배우기도 전에 국어와 사회 시간에 배우는 히로시마 투하 원자폭탄과 같은 비참한 이미지와 공포심으로 인해 잘못된 선입견을 가지게 된다. 그렇게 뇌리에 박힌 방사선에 대한 혐오 심리를 완화하기 위하여방사선 이용의 예시를 소개하는 것이 효과적이다. 방사선이 다양한 분야에서 많은 역할을 하고 있다는 사실이 아이들에게는 흥미를 일으킬 수도 있고, 원자력에 대해 어느 정도 안심 할 수 있는 계기가 될 것이다.

그렇지만 방사선이 이런 용도로 사용되고 저런 좋은 역할을 하고 있다며 제품과 사례를 나열하는 것이 표면적인 지식의 낭비에 그쳐 도리어 아이들의 흥미와 탐구욕이 떨어지지 않을까 하는 우려도 있다. 그렇다고 ‘방사선의 불가사의한 힘’이라는 둥 마술적인 이미지를 강조하는 건 오히려 과학적 지식 향상 관점에서도움이 안 될 것이다.

학교의 방사선 교육 부족과 함께 방사선을 이용하는 사업자로부터의 정보 공유 부족 또한 문제이다. 환자에게 자세한 설명을 해줘야 하는 의료 현장은 해당되지 않겠지만, 제조업, 농업, 식품 관련 분야에서는 전혀 정보 공유를 하지 않는다.

방사선을 이용해야만 달성할 수 있는 고품질을 강조하기는커녕, 방사선을 사용하고 있다는 사실을 소비자에게 공개하지 않으려 하는 사례도 적지 않다. 산업계의 방사선 이용이 일반인에게 잘 알려지지 않고 있는 것은 이러한 사업자의 태도가 하나의 원인이라고 할 수 있다.

실제로 일본에서 식품에 대한 방사선 조사(照射)의 실용화가 진행되지 않는 것은 안전성과 이용성에 대한소비자의 지식 부족과 오해가 그 원인이 아니다. 소비자의 오해를 두려워하는 사업자의 침묵 때문에 식품에 대한 방사선 이용 요구가 드러나지 않는다는 데 본질적인 문제가 있다.

‘일본은 유일한 피폭 국가니까’라는 말의 그늘 속에서 이러한 상황을 방치하고, 해외 정세 파악과 정확한 기술의 이해에 따라 국가 전략의 수립을 게을리 하는 행정의 책임이 크다고 할 수 있다.

만약 방사선을 이용하는 현장의 정보 공유가 도움이 된다면, 아래의 체계적인 정리를 통해 정보를 공유해야 한다.
①각 사례에 대하여 어떤 원리를 기반으로 방사선이 도움이 되는지 정리한다. ②각 사례에서 왜 방사선이 활용되어야 하는지 설명한다. ③다른 처리법과 어떠한 공통의 원리를 가지고 있는지 설명한다. ④같은 목적의 달성을 위하여 이용할 수 있는 다른 기술은 무엇이 있는지 설명한다.

이와 함께 각각의 목적으로 활용되는 방사선의 종류와 사용 구분의 이유, 필요한 선량 등에 대한 구체적인정보의 제공과 현장 노동자의 다양한 현장감 있는 소개를 통하여 실생활에서 방사선을 안전하게 이용하기위해 필요한 주의사항을 담은 방사선 방호에 대한 내용 또한 자연스럽게 이해시킬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과학의 진보에 따라 등장한 새로운 기술이 사회에서 받아들여질 것인가, 그 기술의 이용이 계속해서 확대되어도 괜찮은가 하는 걱정은 사실 방사선 이용에 한정되지 않고 유전자 조작 및 진단, 게놈 편집, IoT, AI기술 등 다양한 분야에서 공통적으로 적용되는 보편적인 문제이다.

리스크 커뮤니케이션의 이념으로 내세우는 내용과 같이 국민은 자신의 생명과 생활에 영향을 주는 사안에 대해 알 권리와 결정할 권리가 있다. 그리고 전문가와 사업자는 국민이 판단하기 위해 필요한 정보를 제공할 책임이 있고, 국민은 이를 이해할 필요가 있다.

방사선 이용의 학습은 옳고 그름의 판단에 필요한과학적 지식과 국민의 이해 부족이라는 보편적인 문제에 대해서도 생각해 볼 기회를 제공한다.
이는 미래에 전문가든 일반인이든 정보와 판단, 그리고 책임이 공유되는 건전한 사회를 살아가는 시민이 되기 위한 종합적인 판단력을 기르는 데 도움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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