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갑 한림대학교 강남성심병원 감염내과 교수

코로나19 확진자 발생이 우려를 넘어 공포를 자아내고 있다. 우리가 이미 2월과 3월에 겪었던 대구·경북의 유행보다 더 큰 압박으로 다가오고 있다.

나를 포함한 많은 전문가가 이번 수도권에서 시작된 2차 유행이 대구·경북의 상황보다 더 나쁘다고 평가하고 있다. 첫 번째 전세계에서도 인구 밀집 정도가 높기로 유명한 수도권에서 유행이 시작됐기 때문이다. 수도권에는 우리나라 인구의 절반인 2500만 명이 살고 있다. 그리고 모든 인적 교류는 아직도 서울을 중심으로 이뤄지고 있다. 서울에서의 집단발병이 시작된 지 얼마 안 되어 모든 광역시·도에서 감염자가 발생하는 것만으로 보아도 위기의 실체를 볼 수 있을 것이다.

두 번째 교회와 광화문 집회가 유행의 한 축을 차지하고 있기 때문에 고령자들의 발병이 많다는 것이다. 우리나라 코로나19 사망통계를 보면 80대 이상은 25%, 70대는 10%, 60대는 2% 정도로 노령층에서의 사망률이 매우 높다. 8월 13일부터 감염자가 늘면서 일주일 여가 지나고 나니 인공호흡기나 체외순환장치(ECMO)를 사용해야 하는 환자가 급증하고 있다.

그러면 우리는 무엇을 놓쳤기 때문에 지금의 상황을 맞이하게 되었을까? 감염병 전문가라는 이야기를 듣는 나부터 이런 상황에 충분히 준비하지 못했음을 반성하면서 지난 한 달을 복기하려고 한다. 감염병 전문가, 방역 당국, 국민들께서 어려운 코로나 시기를 이기기 위해 계속 노력해 왔었다.

그러나 코로나19의 상황이 길어지고 경제적인 어려움이 가중되다 보니 조금씩 느슨해진 것은 모두가 인정할 것이다. 최근 들어 카페나 식당 같은 사람들이 자주 이용하는 곳에서의 발병이 많이 늘었다. 감염병 전문가들은 지난 몇 달 동안 카페나 음식점이 코로나 전파가 매우 용이할 수 있는 곳임에도 환자가 많이 발생하지 않아서 의아하게 생각했었다. 그러나 최근에 이런 곳에서도 환자가 발생하는 것을 보면서 시민들께서 지금껏 거리두기를 실천하면서 붐비는 카페나 식당은 피하고 테이크아웃을 생활화했었는데 이런 부분도 느슨해지면서 잘 지켜지지 않았던 것 같다.

게다가 몇십 년 만에 찾아온 긴 장마로 인해 사람들의 실내 활동이 증가한 것도 감염자 증가를 부채질했다. 내수 활성화를 위한 정부의 외식 장려나 여행 장려도 시민들의 사회적 거리두기 행동을 약화했시켰을 것이다. 이렇게 지역사회 내 숨어있는 감염자가 늘어나게 되면 사회가 가진 취약한 집단을 통하여 대규모 집단 발병이 시작되는데 일부 방역수칙을 지키지 않았던 교회와 집회를 통해서 유행의 규모가 증폭됐을 것이다. 

우리는 어떻게 이 상황을 이겨낼 것인가?

대구·경북의 상황에서 대구·경북의 시민들의 모습을 우리는 다시금 떠올려봐야 한다. 신천지로 인한 대규모 유행이 시작됐던 당시는 ‘사회적 거리두기’라는 단어도 생소하던 때였다. 그런데도 대구·경북의 시민들의 74%가 본인의 외부활동을 자제했고 90%가 지역 밖으로 벗어나지 않았다고 한다. 우리는 대구·경북 시민들의 자발적인 사회적 거리두기의 실천으로 1차 유행을 넘어설 수 있었기 때문에 빚진 마음을 가져야 한다. 그리고 지금도 이 상황을 이겨내기 위해 온 국민이 사회적 거리두기에 전적으로 동참해야 한다.

정부의 위기 대응의 모습도 더욱더 선제적이어야 한다. 사회적 거리두기의 격상은 소상공인들의 경제적 위기를 초래할 수 있고 국가의 경제성장률에 타격을 주기 때문에 신중할 수밖에 없다는 것을 이해를 한다. 하지만 대구·경북의 상황과 1차 유행을 겪었던 여러 국가들의 사례를 보더라도 코로나의 확산이 심각할 때는 선제적인 강력한 유행 억제 정책을 시행해 조기에 유행 상황을 통제하는 것이 경제의 빠른 회복에도 도움이 되는 것을 알게 됐다. 지금은 망설일 때가 아니라 선제적인 수도권의 사회적 거리두기 3단계를 시행해야 하며 전국의 상황이 악화될 경우 전국 단위의 3단계 격상도 고민해야 하는 때다.

지난 주말 사이 하루 300~400여 명의 환자가 계속 발생했다. 그나마 병원과 의료인력이 많이 있다고 하는 수도권조차도 병상 부족의 상황이 얼마 남지 않았다. 지금은 공공이나 민간이나 모든 의료기관이 힘을 모아야 할 때이며 정부는 의료기관이 코로나19 환자 진료를 제대로 할 수 있도록 재정과 인력의 지원을 충분히 해야 한다. 특히 중증 환자의 증가가 예상되므로 중환자 치료 병상의 신속한 확보도 달성해야 한다. 생활치료센터도 빨리 늘려서 경증 환자의 치료를 전담하게 하고 중증 환자는 병원에서 양질의 치료를 받을 수 있도록 끊임없이 노력해야 한다.

이미 시작된 2차 유행에 대해서 지금 책임소재를 따지는 것은 무의미하다. 책임소재는 위기를 겪고 나서 우리가 또다시 2차 유행 같은 상황을 맞이하지 않기 위한 평가때 해도 늦지 않다. 지금은 온 국민과 방역 당국, 의료진이 하나가 돼 이 파고를 넘어서야 한다. 사회적 거리두기의 강력한 실천, 마스크와 손 위생의 강화와 같은 기본 생활수칙부터 나부터 지켜나가자는 각오를 다졌으면 한다.

위기는 언제나 기회를 만든다. 지쳐있지만 지쳐있을 수 없는 시기에 다 같이 서로를 격려하며 이겨내기를 소망한다.

<*본 기고는 2020년 8월 24일 정책브리핑(www.korea.kr) 정책기고에 게재된 내용을 발췌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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